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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검색 엔진으로서의 수명이 사실상 끝난 이유

2018. 10. 2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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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더 이상 네이버를 인터넷 브라우저의 홈페이지로 설정해놓지 않지만 네이버를 오래 전부터 사용해왔던 사람으로서 검색엔진으로서의 네이버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사실상 수명이 끝났다고 본다. 평소에 영어로 된 자료와 컴퓨터와 관련된 정보를 많이 검색하는 편이라 이런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지만 실제 통계 자료에 의하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네이버는 아직 건재하다고 한다. 이런 통계를 오래 전부터 봐왔는데 구글의 점유율이 조금씩이지만 점차 커지고 있다는게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현재는 구글로도 충분히 원하는 정보를 만족스럽게 얻을 수 있고 IT 관련 정보나 영문 자료를 찾을 때는 네이버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네이버는 전문적인 자료를 볼 일이 없고 일상적인 정보를 자주 찾는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좋은 검색엔진이다. 물론 뉴스, 쇼핑, 사전, 지도, 부동산, 스포츠, 연예, 책, 웹툰, 카페 등의 서비스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실 검색엔진보다는 이 부가적인 서비스들 덕분에 아직 네이버가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포털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는 안타깝게도 예전과 달리 블로그 키워드 광고 게시물 때문에 더러운 가짜 정보만 넘쳐나는 광고판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더이상 네이버 블로그에서 유용한 자료를 찾기 어렵고 어떤 키워드로 검색을 하던 숱한 광고 게시물로 검색 결과가 뒤덮여있다. 그 이유는 온라인 바이럴 광고 업체들이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을 교묘하게 활용하여 일반 광고주와 계약하여 광고인듯 아닌듯한 리뷰를 빙자한 광고를 파워 블로그같은 일일 방문자수가 많은 블로그 운영자에게 일정액의 광고비를 주고 포스팅하게 하여 일반 사용자들을 낚는 구조이다. 나 또한 현재 블로그를 원래 네이버 블로그에서 2004년부터 운영을 해오다가 2년 전쯤에 온라인 광고 업체의 제의를 받아 게시물 당 1, 2만원 정도로 광고 원고를 받아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던 중 너무 욕심을 부려 여러 광고 업체와 계약을 맺어 한꺼번에 광고 게시물을 너무 많이 올리다가 네이버에 적발되어 '저품질' 블로그 처리되었고 그 결과 원래 해당 키워드를 검색하면 맨 앞에 뜨던 블로그 게시물들이 저품질 처리된 후로 3페이지 이후로 뜨게 되면서 방문자수와 노출 빈도가 급격히 떨어져버려 거의 12년 가까이 애지중지 잘 운영해왔던 블로그를 순식간에 망쳐버린 경험이 있다. 물론 이 일이 티스토리로 옮겨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 이미지는 2016년 8월에 블로그가 저품질 처리되면서 순식간에 방문자수가 떨어져버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도한 욕심이 화를 불렀지만 사실 가장 큰 원인은 네이버 생태계의 폐쇄성이다. 네이버는 지식인, 블로그, 카페에서 유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데이터들을 구글과 같은 네이버 외의 검색엔진에서 검색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한국 내에서 네이버의 독점적인 지위를 한동안 유지할 수 있었지만 네이버 검색 결과의 많은 비율을 차지했었던 네이버 블로그의 게시물들이 온라인 광고 업체가 등장하면서 빠르게 광고 게시물로 채워졌고 이는 곧바로 네이버 블로그 컨텐츠의 품질과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 중에는 나처럼 네이버 블로그를 오랫동안 애지중지 운영하다가 수익 욕심에 눈이 멀어 블로그 광고업체와 계약을 하고 '저품질' 블로그가 되어 결국에는 블로그를 망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제 위와 같은 이유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던 사람들이 다음 티스토리나 워드프레스, 구글 블로거 등 다른 블로그 플랫폼으로 이동한 사람들이 많다. 실제 온라인 광고업체 직원으로부터 "네이버 검색 결과는 사실상 광고판"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애드포스트라고 하는 블로그 게시물에 광고가 심어져서 방문자들이 그 광고를 클릭하는 수만큼의 수익을 블로그 운영자에게 지급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네이버 애드포스트는 구글의 동일한 서비스인 애드센스에 비해 광고 노출 대비 단가가 너무 낮아 하루에 300~500명씩 방문자가 있던 내 블로그에서도 한달에 기껏해야 5000원 전후의 수익밖에 나지 않았었다. 반면에 구글의 애드센스의 광고비는 꽤 후하게 처준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구글의 유튜브 광고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들이 많은걸로 봐서 애드센스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가 바로 네이버 블로그에 대한 실망과 함께 사설 온라인 광고 업체가 난립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이처럼 네이버는 블로거들이 순수한 노력으로 만들어낸 컨텐츠에 대한 정당한 보상없이 광고 수익을 극대화 하려했고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폐쇄성을 유지하다가 결국 블로그 생태계가 오염되었다. 또 구글을 사용하면서부터 네이버 검색 엔진의 성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체감하게 되었다. 한때 많은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이 아끼던 네이버 카페나 다음 카페도 대규모 커뮤니티 사이트의 등장으로 사용자를 많이 잃었다. 아래 표에서 나타나듯이 각자 다양한 주제와 정치적 성향을 가진 커뮤니티 사이트가 대규모로 성장하고 세분화되면서 네이버와 다음의 카페의 정형화되고 답답한 플랫폼은 인기를 점점 잃게 되었다.



인터넷은 자체적으로 자율성, 공공성, 개방성, 자유의 철학을 담고 있는 인류의 위대한 지성의 산물인데 네이버는 편협하고 고루한 한국적인 마인드로 억지로 그 생태계를 통제하고 인위적으로 폐쇄성을 유지하려 했다. 결국 한동안은 그 전략이 네이버를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한국인이 이용하는 최고 포털 사이트로 만드는데 한 몫 했지만 나날이 진화하는 인터넷 세계에서 네이버는 더 이상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표면적으로는 클라우드니 뭐니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고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다지 경쟁력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물론 아직까지 한국인에 입맞에 네이버 이상으로 잘 맞는 포털 서비스는 없는게 사실이다. 포털 구성이 마치 보기좋게 잘 차려놓은 상차림에 하나하나 친절하게 다 떠먹여주는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실제 구글에 비해 사용상의 이점이 많고 한국인의 정서에 아주 잘 맞다. 그리고 언어의 진입장벽으로 인해 영어권에서 인기있는 사이트들이 한국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는게 네이버에게는 정말 다행인 일이다. 이미 IT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네이버를 성토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는데 실제 네이버의 시장 전략과 실제 서비스들이 돌아가는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네이버가 얼마나 답답하고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지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네이버가 지속적으로 성공하려면 먼저 자신들의 좀 더 스스로를 개방해야 한다. 데이터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용될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그리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기보다는 집단 지성의 힘을 믿고 자율에 맡겨야 한다. 지금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인터넷을 통해 생성되는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텐데 한정된 네이버 직원들 인력으로 이런 정보들을 자기들만의 좁은 프레임에 모두 가두려는 시도는 비현실적이다. 그럴수록 네이버가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분야를 잘 다룰 수 있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사이트들이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는 검색 엔진으로서의 경쟁력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이제는 좀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는게 좋을 것 같다. 마치 네이버 지식인, 블로그, 카페가 네이버를 국내 최고의 포털 사이트로 만들어 주었던 것처럼 사람들의 창의성을 현실로 변화시켜줄 수 있고 도와줄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하는, 예를 들자면 유튜브처럼, 그러니까 정보를 검색하는 서비스보다는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식으로 사업 전략을 바꾸면 앞으로도 더욱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이 카카오톡을 인수하고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한 후 포털 서비스에서 카카오톡이라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한 메신저를 중심 플랫폼으로 게임, 쇼핑, 금융, 택시 등으로 사업분야를 넓혀 갔듯이 네이버도 단순 포털 사이트의 역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플랫폼으로 뻗어나가지 않는 이상 아마도 그 옛날 야후나 라이코스 같은 잊혀진 IT기업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네이버 안에서 만들어진 모든 데이터들은 개인이든 구글과 같은 경쟁업체든 마음껏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면 더 좋을 것이다. 네이버 특유의 폐쇄성이 네이버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포털 사이트 점유율을 자랑하는 네이버가 그 사용자를 통제하려 들고 창출되는 데이터를 폐쇄적인 틀 안에 가둘 수록 한국의 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단순히 삼성과 같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 그 이상이다. 매출액은 삼성과 같은 제조기업과 비교하기에는 초라할지 몰라도 한국인 개개인의 생각의 범위와 방향, 깊이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현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에 엄청난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네이버의 행보 하나하나가 바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일상에 엄청난 힘과 잠재력을 가져다줄 수 있고 검색 엔진이나 포털 사이트가 사실상 우리 일상에서 '더 큰 세상을 보는 창'의 역할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포털 사이트는 그 나라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글이 미국처럼 사용자에게 큰 자율성과 자유를 가져다 주는 것처럼 네이버도 장점이 많지만 뭔가 모르게 한국 특유의 폐쇄성이나 배타적인 속성을 띄고 있다. 또한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온 실시간 검색 순위 조작에 대한 의혹이라던지 블로그나 카페 게시물의 이유가 불분명한 삭제 혹은 블라인드 처리 등 뭔가 원칙이 없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땜질하는 듯한 주먹구구식의 운영방침도 한국 사회의 투명하지 않은 의사결정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마치 중국의 최고 검색 엔진인 바이두에서 '천안문'과 같은 정권에 위협이 되는 단어를 검열하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이야 그렇다쳐도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네이버가 이런 실망스런 모습을 보일수록 점점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사용자들은 네이버를 점점 떠나게 될 것이다. 이미 대안은 하나 둘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네이버가 사상 매출을 낸다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 IT 업계에서는 방심하는 사이에 정말 '훅'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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